올해 안에 최초로 한국에서 첫 배치 (Batch) 모집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 (Techstars) 가 주 투자 방법으로 컨버터블 노트 (Convertible Note, 이하 “노트”) 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2017년에 발의되어 올해 안으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이프 (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관련 컬럼은 여기여기) 와 함께, 큰 틀에서 세이프의 모체라고 볼 수 있는 컨버터블 노트 (Convertible Note) 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대되고 있다.

이에 이번에는 2 회에 걸쳐 노트란 무엇이며, 노트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그 해결 혹은 방지 방법은 무엇인지까지를 포함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피플들이 노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그 첫 번째로 본문에서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노트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특히 테크스타즈가 속한 미국 생태계에서의 노트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 노트에서 지분으로의 전환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노트, 왜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사용되지 않았나요?

많은 분들이 주지하는 것 처럼, 미국 등의 해외 생태계에서야 노트를 통해 시드 (Seed) 를 유치하는, 또 유치한 사례를 매우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 반면,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노트 투자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행 법률 상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방법이 “주식회사가 발행한 주식, 무담보전환사채, 무담보신주인수권부사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장 제2조)”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으로, 이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모태펀드 등의 공적 자금이 그 투자방법을 위의 세 가지 형태로 제한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발췌 (Source: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때, 예리한 (혹은 경영학을 공부한, *pun intented) 독자 들이라면 무담보전환사채, 혹은 무담보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전환사채 (Convertible Bond) 등이 노트가 아니냐고 지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지적과 마찬가지로 전환사채와 노트는 “만기 (Maturity)”, “이자 (Coupon, 혹은 Interest Rate)” 등을 갖는 부채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가지나, 전환사채가 만기 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가격을 명시하고 있는 등 그 조건을 보다 명확히 하고 있는 반면 노트는 전환이 발생하는 조건과 그 방법만을 규정하는 등 보다 포괄적인 수준에서의 합의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그래서 노트라는게 어떻게 생긴건가요?

아직 우리나라 파운더들에게 노트가 생소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템플릿 (Template) 을 소개하면서 노트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본 컬럼에서 사용할 템플릿은 실리콘 밸리의 로펌인 Fenwick & West LLP가 고안한 것으로 여기에서 그 전문을 살펴볼 수 있으니 다음 내용을 함께 살펴보기 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미국 내 많은 로펌들이 각기 자사의 템플릿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고, 그 중 Fenwick의 템플릿이 가장 자세한 주석을 담고 있다고 판단되어 이를 사용하기로 한다)

Fenwick의 템플릿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노트는 크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 Amount of Financing (혹은 Purchase Amount): 노트 투자자의 투자금액
  • Closing: (복수의 투자자가 있는 경우) 본 노트와 동일한 조건의 투자 가능 기간
  • Interest Rate (혹은 Coupon): 투자금액에 대한 연 이자율 (보통 4-6%)
  • Maturity (혹은 Maturity Date): Closing 후 만기까지의 기간 (혹은 Maturity Date인 경우 만기일) 을 의미하며 만기일이 되면 투자자의 선택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환되며, Event of Default (파산)이 발새하는 경우 해당 일을 만기일로 인식함
  • No Prepayment: 만기일 이전에 이자를 포함 상환을 유예함
  • Conversion: 투자금의 주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그 조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함
    • Next Financing (혹은 Qualified Financing): 전환이 발생하는 후속투자유치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얼마 이상의 투자가 유치되는 경우”와 같이 그 후속투자의 규모를 규정함 (Fenwick 템플릿의 경우 $1,000,000를 예시로 사용)
    • Conversion Price: 전환이 발생하는 경우 주당 (Per Share) 전환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의미하며,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투자자에 보다 유리한 조건 (주당 전환가격이 더 낮은 것) 을 적용
      • Discount: Next Financing의 투자자에 적용되는 주당가격 대비 일정 할인율을 적용 (보통 15-25%)
      • (Valuation) Cap: 최대 적용 기업가치로, Cap이 적용되는 경우 Cap을 Next Financing 직전의 총발행주식수로 나누어 주당 전환가격을 결정 (Conversion Price = [Cap] / [총발행주식수])
    • Change of Control: 스타트업이 Next Financing이 발생하기 전에 Acqui-hire 등의 형태로 그 의사결정권자가 변경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이 경우 노트 투자금액의 2 배를 노트투자자에게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임
  • Event of Default: 스타트업이 다음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파산, 청산하거나 노트, 혹은 다른 자금조달 계약의 중요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발생하며, 스타트업은 노트 투자금액에 대한 변제의무를 지게 됨

아, 그렇군요… 잘 모르겠는데요…XP

그럼 위 내용이 실제 노트에 어떻게 반영되며, 어떻게 주식으로 변환되는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EUNSE라는 스타트업이 NOTE라는 투자사로부터 10만 달러를 노트로 투자받았으며, 이 때 Discount Rate는 20%, Cap은 3백만 달러로 협의했다 가정하자 (편의를 위해 이자는 없으며, Next Financing 기준 금액은 100만 달러로 하자). EUNSE의 현재 총발행주식수는 1백만 주이다. 

<노트 변환 예시를 위한 가정>

이제, EUNSE가 잘 성장하여 만기 이전에 SA라는 투자사가 200만 달러를 800만 달러의 Pre-money에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가정하자. SA의 투자금액이 200만 달러로, Next Financing의 기준인 100만 달러를 충족하므로 이제 NOTE의 노트투자금액은 EUNSE의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 때 SA는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투자조건에 따라, EUNSE의 주식(신주)을 주당 $8에 인수하게 되며, 이 때 SA에게 발행되는 EUNSE 주식 수는 250,000 주가 된다.

SA의 EUNSE 주당 인수 가격 = [Pre-money] / [EUNSE 총발행주식수]

= $8,000,000 / 1,000,000 = $8/주

SA에게 발행되는 EUNSE 신주 수 = [투자금액] / [주당 인수 가격]

               = $2,000,000 / $8 = 250,000 주

NOTE는 이에 따라 SA의 주당 인수 가격에서 20% 할인된 금액인 $6.40/주, 혹은 3백만 달러의 Cap을 적용한 금액인 $3/주에 EUNSE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다.

NOTE의 EUNSE 전환가격 (Conversion Price, CAP 적용)

= [Cap] / [EUNSE 총발행주식수] = $3,000,000 / 1,000,000 = $3/주

이 때 Cap을 적용한 전환가격이 Discout를 적용한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으므로, NOTE는 당연히 Cap의 적용을 선택할 것이고, 그 결과 NOTE는 EUNSE의 주식(신주) 33,334 주를 보유하게 되며, Next Financing 이후 EUNSE의 Cap Table (주주명부)는 다음과 같이 구성될 것이다.

NOTE에게 발행되는 EUNSE 신주 수 = [투자금액] / [전환가격]

                   = $100,000 / $3 = 33,334주

<Next Financing 직후 EUNSE 주주명부>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왜 처음부터 지분률을 정하지 않고 노트를 사용하나요?

노트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 내에서도 노트를 투자의 무용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예 지분률을 명시한 Equity Financing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노트가 내재하고 있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몇 가지 잠재적 문제점이 거론된다. 그와 같은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방지책이나 해결책은 다음 컬럼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것이므로, 본 컬럼에서는 그에 앞서 노트를 통한 투자의 정당성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노트가 투자자와 파운더 모두에게 제공해주는 가장 큰 효용은, 그것이 초기투자가 내재하는 상당한 리스크 (Risk) 에 대한 보상 수준을 해당 스타트업의 퍼포먼스에 따라 자동적으로, 그리고 매우 적절히 결정해 준다는 것에 있다.

파운더들이 기존에 창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 파운더들이 해당 시장에 대해 훌륭한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시드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과 같이 파운더들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더 나아가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 역시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시드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의 수준은 매우 높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매우 높은 수준의 지분을 요구하는 투자자들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EUNSE가 만족스러운 성장을 하지 못한 나머지 800만 달러 Pre-money에 2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100만 달러 Pre-money에 25만 달러를 유치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하자 (이 경우 편의를 위해 Next Financing 기준이 25만 달러였다고 하자). 분명 Next Financing이 달성되기는 하였으나 그 수준은 시드투자자가 예상했던 퍼포먼스 수준인 300만 달러 Cap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며, 이는 향후에도 EUNSE가 상대적으로 낮은 퍼포먼스를 보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시드투자자가 느끼는 리스크는 훨씬 커질 것이고, 이때 EUNSE는 그에 대해 보다 많은 지분을 제공함으로써 리스크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합당하다 할 것이다.

반면 EUNSE가 잘 성장하여 짧은 시간 안에 시드투자자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성장하는 경우, 노트를 사용함으로써 EUNSE는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드투자에 대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하한선의 지분만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 투자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노트의 조절 역할을 파운더가 현명하게 사용하는 경우 Pre-money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방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Next Financing 시 Pre-money 에 따른 투자자 지분률 변화표 (Series A 투자자는 Pre-money 대비 1/4 수준의 투자 집행을 가정)>

이처럼 노트는 스타트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시드 투자의 리스크와 지분률을 자동으로 조절해 줌으로써, 스타트업들의 초기 투자 유치를 보다 수월하게 해 주는 동시에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시드 단계에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음으로, 노트는 Equity Financing에 비해 그 시간 및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앞서 Fenwick의 템플릿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노트는 각 투자사 (와 그들의 로펌) 사이에서 그 표현 상의 차이를 제외하면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며, 따라서 투자금, 할인률, CAP, 만기, 이자율 등의 중요한 항목에 대한 합의 이외에는 별다른 검토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표준화되어 있다. (할인률, CAP, 만기, 이자율 등의 항목 역시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존재하므로 초기 파운더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하는 위험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파운더 입장에서 노트는 협상 및 Term Sheet 검토 등에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주며, 특히 미국 등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늦을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투자사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의 투자 양식을 적용함으로써 운용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트가 액셀러레이터와 같이 정기적으로, 다수의 투자를 집행하는 초기투자자들과 그 포트폴리오 기업들에게 특히 적합한 투자수단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트업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파운더들의 경력과 경험, 그리고 역량에 따라 기업마다 다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상당한 수의 스타트업을 골라 투자를 집행하는 액셀러레이터 등이 각 배치에 속한 스타트업들과 개별적으로 그 지분 수준을 협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못할 뿐더러, 그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효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 때 노트는 그 투자사들에게는 운영 상에서 상당한 효율성을 확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성장에 더욱 집중할 동인을 제공해 준다. 결국 Cap 이상의 가치를 빠르게 획득함으로써 스타트업은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 뿐 아니라 지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입에서 언급한 테크스타즈를 비롯, Y Combinator나 AngelPad 등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들이 모두 그 투자에 있어 (SAFE를 포함한) 노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장점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파운더들이 기존에 훌륭한 창업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과 투자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고, 투자자 쪽에서도 미국의 VC 들과 같이 빠른 투자 집행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 라면 Equity Financing을 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그와 같은 미국 생태계 내에서도 노트를 통한 투자가 특히 초기로 갈 수록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오늘 살펴본 노트의 특징과 장점들이 스타트업의 부트스트랩에 있어 가지는 효과성과 더 나아가 생태계 전반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므로 우리 생태계 내에서도 그 본격적인 도입을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오늘 살펴본 장점에도 불구하고 특히 파운더들이 노트의 생리에 대해 충분한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경우 노트의 발행, 혹은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독소가 발생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다음 컬럼에서는 노트의 본격적인 도입 이전에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그와 같은 독소 발생의 가능성 및 그 방지, 혹은 해결 방안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