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를 비롯해, 그 규모와는 관계없이 회사를 경영하는 모든 창업자들의 첫번째 책임은 회사의 잔고가 바닥나기 전에 어떻게든 자금을 확보하여 회사가 지속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나 아직 확실한 매출원을 확보하지 못하였거나 충분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지 못한 대부분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도무지 언제일지 모를 그 날을 기다리며 투자라면 일단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은 급박함을 느끼게 된다.

 

  1. 투자는 생존을 위해 받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급박감은 물론 “생존”이라는 지상과제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직접 몇 번의 창업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체득했고, 또 투자자가 된 지금 매번 실감하게 되는 것은, “투자”라는 것이 소위 번레이트(Burn Rate)라고도 불리는 기업의 존속 비용을 충당하고 런웨이(Runway)라 불리는 생존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사실이다.

 

<Image Source: technical.ly>

 

투자라는 장치는 투자자의 펀드 계좌에서 기업의 계좌로 돈이 이동하는 것 이전에, 엄연히 그 자체로 하나의 가치생산 단위이자 상품인 “기업”의 일부를 거래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결코 “무상(無償)”이 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 자신의 투자를 비롯한 모든 투자는, 비록 그것이 항상 현실이 될 수는 없을지언정 반드시 그 투자에 상응하는 분명한 “결과물”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 위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며, 또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VC 등 외부 투자자들의 투자 유치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생존을 위한 비용으로서의 투자가 아닌, 구체적인 가치를 내포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에 소요될 자금으로서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생각의 틀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1. 언제 투자를 유치할 것인가?

 

생존을 위한 자원이 부족하기만 한 스타트업들에게 투자 유치의 시점을 선택하는 것은 거의 호사에 가까운 것으로 비추어질 지도 모른다. 그러나 투자라는 것이 단지 생존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 아닌, 구체적인 결과물의 창출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이제 우리는 투자의 유치가, 해당 자금이 수혈되었을 때 달성해야 할 목표, 즉 마일스톤(Milestone)이 가시화되어 적정한 자금만 투입된다면 즉시 그 달성을 위한 노력이 개시될 수 있을 때에라야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실 그 반대의 경우, 즉 명확한 마일스톤이 없이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매우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마일스톤이 없다는 것은, 힘들게 투자를 유치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힘들게 늘린 런웨이를 겨우 번레이트나 충당하며 방향성 없이, 비효율적으로 소모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리 많지 않은 투자금은 유의미한 성과가 창출되기도 전에 모두 소진되어 버릴 것이며, 창업자는 그리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서 (혹은 심지어 훨씬 안좋은 상황에서) 또 다시 투자 유치를 시도해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그것이 얼마가 되었든 기존에 투자를 유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상당히 불편한 일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해당 기업은 후속투자 유치에 실패하게 되거나, 설령 정말 힘들게 투자를 유치한다 하더라도 이전 라운드에 비해 기업가치가 평가절하되는 다운라운드(Down-round)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1. 얼마의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인가?

 

다음 단계의 마일스톤이 명확하게 구상되었다면, 이제 얼마의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지는 오히려 쉽게 산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 번 마일스톤을 달성하기 위해 소요될 것으로 (물론 합리적인 기준 위에서) 추산되는 금액이 10억 원이라고 추산된다면, 그 금액이 바로 이번 라운드에서 해당 스타트업이 투자받아야 할 금액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 그렇게 현실적인 마일스톤의 달성을 위한 합리적인 자금의 규모가 산출이 되었다면, 창업자들은 해당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그 당시에 5% 혹은 10%의 지분을 아끼는 것 보다 훨씬 현명한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필자 역시 창업가의 한 사람으로서 지분율에 예민할 수 밖에 없는 창업자들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지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은 종종 협상에 실패하거나 충분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귀결되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결국 애초에 적정한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면 불필요했을 라운드를 추가하게 됨으로써 귀중한 시간 및 자원의 낭비와 더불어 그렇게 방어하려던 지분율을 오히려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아울러, 때로는 그렇게 산출한 유치목표금액이 자신들의 단계에서 너무 큰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해당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그렇게 높은 목표를 고집하는 대신 자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마일스톤이 현실적인 관점에서 아직은 너무 먼 목표의 것은 아닌지를 점검해 보거나 자신들이 산출한 비용구조가 합리적이었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필자는 전략적인 창업자라면 투자를 받는 다는 것이 단지 생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일스톤의 달성을 위한 자금의 확보를 위한 것임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그에 따라 명확한 마일스톤이 설정되고 그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산출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서 스타트업이 투자자들과 본격적인 협상을 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투자에 대해 아직은 생소한, 그러나 자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에게 과연 언제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지, 그리고 얼마의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지와 같은 것을 생각하는 것은 호사로까지 비추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혹자는 그와 같은 결과의 창출이 결국 기업의 존속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투자는 결국 런웨이를 늘이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목표와 그 목표의 달성이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가치에 대한 기대 위에서, 그와 같은 달성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 판단되는 기업에 그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기업의 일부, 즉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 투자의 본질일 것이며, 아울러 투자라는 것이 때로는 기업의 방향성을 넘어 그 존망까지도 결정하는 것이 될 수 있기에 오히려 아직 연약한 상태의 기업인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더더욱 그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유의미한 성과도 발생시키지 못하며 미래를 위한 명확한 비전도 가지지 못한 기업의 조직의 생존 및 현 상황의 유지를 위한 맹목적인 자금의 수혈은 시장역학의 관점 위에서 외려 지양되어야 하는 것일 수도 있음 역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노파심에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본 컬럼이 결코 투자자들과 처음으로 접촉하는 시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께서 잘 이해해 주시기를 당부하고 싶다. 투자자들과 기업 모두가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비로서 본격적인 투자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스타트업들은 가능한 이른 시점에부터 투자자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자신들의 성장과정을 지속적으로 환기시켜 주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게다가 특히 해외의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려는 기업이라면 이러한 과정을 보다 초기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 컬럼을 통해서도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투자는 “본격적인 성과 창출”을 전제로 기업에 상당한 시각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며, 그 이외의 기업의 생존에 관한 것은 외부로부터의 투자로 결정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스타트업의 창업자가 명확하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보유하고 있는 자원을 효율적,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용해 해당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역량(관련컬럼)을 가지고 있는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임을 창업자들이 잘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또한, 각 산업 섹터에 따라, 그리고 투자사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필자와 같이 하이테크(High-tech)의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사들이라면, 투자를 받는 기업이 Cash-positive 상태가 되기 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커다란 비즈니스가 되는데 필요한 기초를 제대로 형성하기 위해 투자금을 제대로 “태우는(burn)” 능력을 갖추고 있을 때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 역시 스타트업과 창업자들이 잘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 본 컬럼은 beSUCCESS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