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간으로 2016 년 11 월 8 일은 모든 미국인들에게, 그리고 적지 않은 세계인들에게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게 되었다. 거의 “기인”, 혹은 “장난” 수준으로 취급받던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가, 꺾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힐러리 클린턴 (Hilary Clinton)을 압도하고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제 45 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의 성공 비결이 무엇이냐고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마케팅 전문가들은 훌륭한 마케팅을, SCM 전문가들은 훌륭한 서플라이 체인을, 리더십 전문가들은 훌륭한 경영진을 그 성공비결로 꼽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번 미국 대선 결과를 두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이렇고 저런 자신의 해석을 내어 놓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미국의 사정을 잘 모르는 국내의 “전문가”들에게서 그런 모양새는 더욱 두드러지게 관찰된다. 이번 대선 결과가 언론 플레이에 능한 트럼프의 능력이 발휘됐기 때문이라 주장하는 언론 전문가들이나, 또 이번 대선이 트럼프가 내건 공약이 소위 “러스티 벨트(Rusty Belt)”라고 불리는 미국의 오랜 공업지대와 맥시코 국경 지대 등을 중심으로 하는 저교육, 저소득 백인층들의 감정적이고 맹목적인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 주장하는 정치 평론가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에서 볼 수 없었던 원색적인 단어와 잇다른 추문으로 언론의 관심을 완전히 장악하였고, 그가 내건 정신나간 것 같은 수준의 공약들이 상당한 수의 미국인들에게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진짜로 그것이 트럼프가 이번 대선을 승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이유일까?

 

이번 대선 개표 내내 CNN에서 상황을 중계했던 CNN의 Chief National Correspondent 인 존 킹 (John King) 은,

 

“트럼프는 이전의 공화당 후보들인 존 맥케인 (John McCain) 이나 미트 롬니 (Mitt Romney) 보다 수백만 표를 적게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이긴 것은 그를 지지하는 숨은 지지자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이 집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이다 (Trump won getting millions fewer votes than McCain or Romney. He won not because there were secret supports but because Democrats stayed home).”

 

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던 것은 그가 클린턴보다 우월한 공약을 내어놓았다거나 특정 계층에서 그를 특히 지지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에게 완전히 등을 돌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히스패닉 (Hispanic) 등 유색 이민자 계층 중 상당수가 그에게 투표했던 것으로 드러나 그의 이번 승리가 소위 “앵그리 화이트”만에 의한 것이 아님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경쟁자인 클린턴을 지지하는 미국인들이 투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와 같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던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이번 선거는 힐러리에게 유리한 것으로 규정하여 굳이 투표에 참여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역시 언론에 의해 “차악 (less evil)”을 뽑아야 하는 선거로 프레임 (Frame) 이 정해져 투표를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선거일 직전에 다시 한 번 붉어진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E-mail Scandal) 이 그들의 등을 돌렸을 수도 있고, 혹은 또 다른 어떤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클린턴은 플로리다 (Florida) 와 미시건 (Michigan) 을 비롯한 여러 스윙 스테이트 (Swing State) 들을 트럼프에게 내어줄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로 미국은, 앞으로 4 년, 어쩌면 8 년 동안을 말도 안되는 공약들을 내어놓고, 여성들을, 심지어 자기의 딸 조차도 성노리개로 생각하며, 그 와중에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자신은 ‘돈이 많다’고 자랑하는 기가막힌 인물을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리더로 두게 되었다.

 

분명 우리 모두에게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이번 미국의 대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