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군가가 “성공하는 길을 알려주겠다”며 조언을 하려 한다면 반드시 무시하기를 바란다. 그런 비법과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기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오히려 때때로 “이렇게 했더니 망했다” 하는 것들일지도 모른다. 성공을 위한 왕도는 없는 반면 사업을 실패로 이끄는 실수들은 오히려 명확하고, 따라서 그와 같은 실수들을 피해 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망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또 하루가 결국 (비록 그것이 아직은 먼 것일 지라도)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갔음의 증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컬럼에서는, 얼마전 CB Insights에서 선정한 “101 가지 최악의 실패 사례(When Corporate Innovation Goes Bad – The 101 Biggest Product Failures of All Time)” 중 상위 20개 제품의 사례를 통해 혁신적이라는 기대를 안고 탄생한 제품들의 왜 실패했는지, 그들이 어떠한 실패의 공통분모를 공유하는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실패의 공통분모 1: Simply, Bad Product

출시한 제품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그것은 당연히 그 제품 자체가 형편없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패 사례 2 위에 선정된, Ford 사가 1957 년에 출시했던 The Edsel은 대규모 광고캠페인을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져있는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상한 디자인과 말도 안 되는 신뢰도의 조작성의 문제 등으로 인해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1982 년에 Atari가 출시한 E.T. the Extra-Terrestrial 이라는 비디오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E.T.의 캐릭터를 차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플레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난이도로 인해 결국 실패하고 말았으며 더욱이 북미 게임산업의 몰락에 기여했다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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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The Metropolist>

영화 “Back to the Future”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The DeLorean으로 알려져 있는 DeLorean DMC-12 역시 실패 리스트 19 위에 이름을 올렸다. DeLorean은 영화 속에서의 멋진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성능 및 안전성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1981 년 출시 후 단 2 년 밖에 지나지 않은 1983 년 그 역사를 마감하고 말았다.

이 외에도 1998 년도에 Frito-Lay가 출시한 Wow! Chips (9 위)는 제품에 사용되었던 인공지방이 소화기관에서 문제를 일으키며 여러 건의 소송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되고 말았으며, Facebook의 대항마로 Google이 야심차게 출시했던 Google+ (10 위, 2011) 역시 기존 소셜미디어들과 유의미한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신세이다. 또한, 이유식 브랜드인 Gerber가 성인들을 위해 출시했던 간편식인 Singles (12 위, 1974) 는 식사로 유동식을 병에서 떠먹는 방식을 소비자들이 외면함으로써 시장에서 퇴출되었으며, 2004 년 Microsoft가 출시한 SPOT Watch는 특이할 만한 기능도 없는데다 디자인도 그저 그랬던 탓에 비운의 결말을 맞고 말았다. 20 위의 Virtual Boy (Nintendo, 1995)는 전작 제품과의 개연성도 없고 그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가상현실 기능도 부족했으며, 디스플레이는 흑색과 적색으로만 표시되었고, 킬러타이틀 역시 출시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들을 안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실패의 공통분모 2 – 가치사슬 (Value Chain) 형성 실패

인도의 상황을 잘 아는 지인으로부터, “인도에 페라리와 같은 고급차들이 꽤 많은데, 문제는 포장된 길이 거의 없어 그런 차들이 흙길 위를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워 했던 적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그 제품 하나만으로 가치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오늘날의 제품들이 가치사슬 상에서 자신의 앞의, 그리고 뒤의 제품들과 결합될 때 온전하고 완벽한 가치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리스트의 6 위와 7 위에 각각 이름을 올린 Amazon의 Fire Phone (2014) 과 Blackberry의 Blackberry PlayBook (2011) 이 그와 같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작(前作)인 Kindle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Amazon이 출시한 Fire Phone은 실제로는 나쁘지 않은 성능과 가격대를 갖추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경쟁자들에 비해 매우 제한적인 어플리케이션 풀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시장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Blackberry의 Playbook 은 Blackberry 사용자들이 HD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의도를 가지고 출시되었으나 결국 Fire Phone과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들이 제한적인데다 Blackberry 가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결국 시장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101 가지 최악의 실패사례 중 15 위에 이름을 올린 Sega의 Dreamcast (1999) 와 17 위에 오른 Atari의 Jaguar (1993-1994) 역시 제품을 중심으로 한 가치사슬을 완성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시장으로부터 외면을 받고 말았다. 먼저 Dreamcast는 기기의 제원이나 성능 상으로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임 제작사들이 당시 많은 인기를 끌었던 Sony의 Playstation 2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상대적으로 Dreamcast용 타이틀 발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면서 점차 그 입지를 잃게 되었으며, 결국 Sega는 콘솔 비즈니스를 버리고 Third-party Game Publisher로 변모하게 되었다. 1993 년에 최초로 출시된 Atari의 Jaguar는 반면 당시에는 콘솔 중 최고의 사양이었던 64 비트 아키텍쳐를 채용하고 있었으나 그 멀티칩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게임 제작사들이 게임 개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67 개의 타이틀만이 발표되는 참담한 결과를 얻었고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실패의 공통분모 3 – 기생적 제품

2013 년 Facebook이 출시한 Facebook Phone (3 위) 과 2009 년 Peek 가 출시한 Twitter Peek (8 위)는 다 제품에 기생하는 제품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먼저, Facebook이 HTC와 손잡고 출시한 Facebook Phone은 Android를 기반으로 Facebook을 메인 기능으로 탑재하여 그에 특화한 제품이었으나 이미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시점이었던 2013 년의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Facebook을 위해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싶어하지 않아했고 결국 Facebook Phone은 제품이 단종되기까지 99센트에 판매되는 불명예를 얻고 말았다. Twitter Peek는 최소한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Facebook Phone 보다도 더 심한 것이어서, Twitter 이외에는 도무지 사용할 방도가 없는 단말기였던데다 심지어 140 자의 Tweet 중 20 자 밖에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등 그 기능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혹평을 받았다. 결국 앞의 Facebook Phone의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장은 기존의 스마트폰으로 사용할 수 있는 Twitter를 사용하기 위해 굳이 별도의 기기를 가지고 다니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Twitter Peek 역시 최악의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실패의 공통분모 4 – 본질을 버리다

경영학, 보다 정확하게는 마케팅의 이론 중 “브랜드 확장(Brand Extension)”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미 확립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 핵심 사업에서 벗어나 인접사업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경우 기 보유한 브랜드 자산(Brand Equity)가 해당 신규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어느 정도의 우위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데, 적지 않은 경우 기업들은 이 개념의 함정에 빠져 본질을 버림으로써 뼈아픈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필자도 강의실를 하며 자주 인용하며, 또 오늘 우리가 살펴보고 있는 최악의 실패사례 중 1 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기도 한 Coca Cola의 New Coke (1985)가 바로 그 단적인 예가 되어준다.

1980 년대에 들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공격을 받았던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탄산음료와 패스트푸드가 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탄산음료 시장에서 1 위를 달리고 있었던(그리고 지금도 달리고 있는) 코카콜라는 그와 같은 건강에 대한 증대된 관심으로부터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매일같이 감소되는 매출에 골머리를 앓던 코카롤라의 경영진들은 어느 날 기가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다.

“몸에 안 해로운(혹은 덜 해로운) 콜라를 만들자!”

결국 코카콜라는 자신들이 창업 시부터 지켜온, 그리고 자신들을 현재의 코카콜라로 만들어 준 전통적인 콜라 레시피(Recipe)를 버리고, 새로운 감미료를 사용하고 당도를 줄인 새로운 콜라를 만들어 코카콜라의 이름으로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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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The Coca Cola Company>

 

시장이 이에 열광하였을까?

사실 시장 내에서 콜라를 소비하던 가장 큰 고객군은, 게다가 다른 콜라도 아닌 “코카콜라”를 소비하던 고객군은 애당초 건강 따위에는 큰 관심이 없고 단지 코카콜라의 “맛”이 좋아 코카콜라를 마시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음료의 선택기준은 음료의 기능이나 우월성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맛에 대한 “선호”였던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코카콜라가 한 것은, 하루 아침에 그들이 선호하던 맛을 빼앗아 버린 것에 지나지 않았고 결국 코카콜라의 “기가 막힌 아이디어”였던 새로운 콜라는 그와 같은 충성적인 소비자들의 등마저 돌리게 만들었으며 일반 대중들 역시 그에 대해 거의 재앙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코카콜라는 그와 같은 시장의 반응에 대해 재빠르게 기존의 레시피를 부활, 그것을 “코카콜라 클래식(Coca Cola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하여 기존의 충성적인 소비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었다. (당시의 재앙의 가까웠던 “새로운 콜라”는 오늘날 다이어트 코크(Diet Coke)가 되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코카콜라가 겪은 이러한 절체절명의 사건이 다른 기업들에게는 생각보다 큰 자극이 아니었는지, 다른 기업도 아닌 펩시(Pepsi)가 불과 몇 년 뒤 똑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다.

펩시가 가진 지상과제는 언제나 당연히 1위 기업인 코카콜라를 타도하는 것이었고, 그런 그들에게 80 년대부터 이어진 건강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기회로 보였던 것 같다. 이에 펩시는 1992 년에 들어 크리스탈 펩시(Crystal Pepsi)라는 제품을 출시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 제품이 펩시가 고수해오던 콜라의 맛을 포기한 채 과일 향을 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코카콜라의 경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이유가 아닌 펩시가 가진 맛에 대한 “선호”에 의해 펩시를 선택했던 소비자들의 등을 돌려버리고 말았고 결국 크리스탈 펩시는 오늘 우리가 살펴보는 리스트의 11 위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또, 크리스탈 펩시로부터 5 년이 지난 1997 년에는 미국의 총기 제조사인 Smith & Wesson이 경찰들을 위한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이 역시 본질을 버린 실패사례가 되어 최악의 실패 16 위에 오르고 말았으며, 최악의 실패 18 위에 오른 버거킹의 Satisfries라는 감자튀김은, 조금 더 건강한 패스트푸드(Healthier Fast Food)를 표방하며 출시되었으나 결국 버거킹의 기름진 감자튀김을 선호하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았다.

 

맺음말

지금까지 우리는 CB Insights가 선정한 역사상 최악의 실패사례 중 20 개로부터 그들이 가진 네 가지 실패의 공통분모를 뽑아내 살펴보았다. 그리고 비록 오늘 우리가 살펴본 사례들이 대부분 이미 상당히 확립된 대기업의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을지라도 그들이 공유하는 실패의 공통분모들은 이제 막 사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 역시 의미있는 생각할 거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형편없는 제품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제품들은 모두 그 제품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제공해 주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완벽하지 못한 대답을 제공하지 못할 때의 위험성을, 가치사슬의 형성 실패라는 공통분모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간과하는 가치사슬의 형성이 가지는 중요함을 환기시킨다. 또, 기생적 제품들은 트렌드에 부합하려는 것이 자칫하면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제품에 대한 중복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으며, 본질을 버리는 것은 소비자가 자사의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 그리고 그 이유 중에서도 “선호”라는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며 더 나아가 그 위에서 제품의 논리를 쌓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서두에 이야기한 것과 같이 성공으로 가는 왕도와 같은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함께 살펴본 20 개의 실패사례들이 가지는 공통분모들을 완전히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독자들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도 거짓말이 될 것이다. 반면, 실패의 공통분모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성공은 고사하고 똑 같은 실수를 통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필자는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모쪼록 오늘 함께 생각해 본 내용이 이미 어려운 사업이라는 길에 들어선 독자들이 마주한 많은 도전들에서 작으나마 고민 하나라도 덜어주는 것이 되었기를, 그래서 하루라도 더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도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었기를 바란다.

 

* 본 컬럼은 beSUCCESS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