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지내면서 느낄 수 있는 한국과의 차이를 꼽으라면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스타트업의 제품들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는 것이 될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우버(Uber)라든지, 혹은 지난 번에도 소개했던 파워매트(Powermat)나 스퀘어(Square) 같은 스타트업들의 제품이 바로 그 단적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도 스퀘어는 필자의 경우에 가장 자주 접하는 스타트업의 제품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으로 물건 몇 가지를 보낼 일이 있어 찾았던 택배 대리점에서도, 그리고 택배를 보내고 찾았던 필자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역시 여지없이 스퀘어의 단말기를 통해 해 결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스퀘어에 카드를 읽히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라면 스퀘어가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었을까?”

 

(비록 그 밸류에이션 상에서의 논란이 있었더라도) 지난 해 IPO에 성공한 스퀘어는 올해 사업보고서(10-K)에서 11억 2,483만 달러(중소규모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상에서의 매출로 한정하기 위해 최대 고객사인 스타벅스에서 발생하는 1,422만 달러 매출은 제외),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조 3,273 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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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의 결제 단말기 옵션들, Image Source: Square>

 

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에 등록되어 있는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할 때, 서울시에는 도, 소매업, 그리고 숙박 및 음식점업을 영위하는 335,194 개의 자영업체가 존재(2010)하며, 자영업체들의 월 평균 매출액은 877만 원(출처: 한겨례)이다. 이를 토대로 계산해 보면 서울시 내에서 이들 자영업체들이 창출하는 연간 매출 총액은 35조 2,758억 원 가량임을 추산할 수 있다. 거기에 우리나라 국민의 카드 결제 비율인 53.8% (출처: 한국금융신문) 및 신용카드 평균 수수료율인 1.9%를 대입해보면 서울의 자영업자들은 연간 약 3,605억 원 정도를 카드 결제분에 대한 수수료로 지출하고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도, 소매업, 그리고 숙박 및 음식점업의 세부 업종이나 영업 형태 등에 따라 위 수치에 다소의 편차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큰 틀에서, 스퀘어의 주된 시장인 미국의 인구(약 3억 2,000만 명)와 국내 인구(약 5,000만 명) 규모의 차이를 감안해 보면 약 1,0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서울에서만 연간 3,6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카드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조단위의 매출을 내는 스퀘어와 같은 기업이 등장할 가능성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는 증거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스퀘어와 같이 개인, 혹은 자영 사업체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라면 그 성패는 1) 카드 결제의 편의성, 그리고 2) 수수료율 상의 우위 (스퀘어는 최근 결제건 당 우리나라의 그것보다 비싼 2.75%의 수수료를 청구해 왔으나, 기존 미국의 신용카드 수수료는 최고 3%였기 때문에 여전히 수수료율 상 우위를 발생시킬 수 있었다) 를 제공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카드 결제 시의 수수료율은 카드를 발행하고 결제를 대행하는 은행을 비롯한 카드 발행사 (이하 “카드사”)들이 해당 카드 결제건을 중계하는 VAN (Value Added Network) 혹은 PG (Payment Gate) 사들의 수수료를 감안하여 일차적으로 결정하며, 스퀘어 등 새로운 결제 서비스들은 이처럼 카드사들이 결정한 수수료에 자신들의 마진을 더해 서비스 수수료율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VAN, 혹은 PG 사들로 구성된 카드사들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새로운 결제서비스의 수수료율은 카드사가 제시하는 그것과 기존에 존재하는 결제 서비스의 수수료율 사이에 놓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기존에 Big Company Payment Inc.라는 결제서비스 회사가 시장 내에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카드 결제에 대해 2.5%의 수수료를 청구하고 있다면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결제서비스 (“Eunse Payment”라고 부르자)는 획기적으로 뛰어난 편의성을 제공하지 않는 한 1.9%와 2.5% 사이에서 수수료를 청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Eunse Payment가 Big Company Payment 보다 적은 수수료를 청구함으로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수수료율을 2.45%로 결정하였다면 이들의 운영수익률(Operating Profitability)은 [2.45% – 1.9%]의 식에 0.55%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런데 만약 시장 내에 Eunse Payment Inc. 이외에도 여러 회사가 동시에 유사한 결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이들 회사들은 수수료 경쟁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고 그 경쟁은 이성적인 선에서라면 운영이익률이 0%가 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때 만약 시장의 크기가 충분히 크다면 이익률이 낮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규모의 이익이 창출되거나 혹은 최소한 창출될 가능성이 점쳐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작 5천만 명의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의 자영 사업체들에 그와 같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면, 카드사 수수료가 아닌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가 차지할 수 있는 수익은 고작 몇 십억 원, 심지어는 몇 억 원 정도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그와 같은 작은 규모의 매출 안에서 프로덕트의 개발, 영업 및 마케팅, 고객 응대 등의 기능을 모두 수행해야 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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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의 원형이 될 수도 있었던, 스마트폰이 등장하기도 전에 제안되었던 모바일 결제 시스템 제안도(출처 미상, 혹시 제안자를 아시는 분은 필자에게 연락 바랍니다)이나 앞서 이야기한 이유 등으로 인해 사장되었다>

 

필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생태계 관계자들이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라도 절대적인 시장의 규모의 뒷받침이 없이는 그 성과나 잠재적 영향력의 효과적인 증명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그를 위해 필요한 프로덕트의 효과적인 개발을 위한 가시성 조차도 확보되기가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필자가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한 것이 벌써 10 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거의 1 년에 가까운 그 시간 동안 실리콘밸리, 혹은 필자가 있는 LA에서 그와 같이 제한적인 한국의 시장 규모를 극복하고자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을 만나거나 소식을 들은 것이 몇 번이나 될 것 같은가?

 

채 다섯 번이 되지 않는다.

 

우리 생태계 내에서 지원 역할을 맡고 있는 거의 모든 정부 산하 조직, 그리고 비석세스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기관들이 한 해에도 어마어마한 돈과 노력을 들여 우리 스타트업들을 해외에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수혜를 받아, 혹은 인정을 받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해외를 찾는 매 년 수백 개의 스타트업들과 그 창업자들은 다 어디에 있는가 싶다.

 

필자는 바로 지난 컬럼에서도 충분한 규모를 가지지 못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의 창업이 가지는 모순을 지적하였다. 이제 반은 우려로, 그리고 반은 경고로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에게 말하고 싶다.

 

“좋은 프로덕트”와 “훌륭한 팀”이 발에 차고 넘치는 지금의 글로벌 생태계에서 글로벌 “유람단” 같은 놀이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제대로 “글로벌” 해야 한다. 그리고 남은 2016 년과 그 이후에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창업자들 스스로가, 그리고 스타트업 스스로가 더 넓은 시야로 글로벌이라는 더 큰 시장을 노리는 것만이 앞으로 성공은 둘째치고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더 나아가 우리 생태계가 존속할 수 있는 방향이다.

 

글로벌 안하려면 아예 스타트업 하지 말자.

 

* 본 컬럼은 비석세스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