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 월, 국내 생태계에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으며 발의된 소위 “액셀러레이터 법(원제목: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 발의로부터 반년여만인 지난 5 월 10 일 국회에서 가결되어 이제 그 시행을 앞두게 되었다.

* 발의 이후 가결까지의 회의록 및 법안 원본은 우리 국회의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본 법안에 대해, 그 발의 당시 필자는 비석세스 컬럼을 통해 ‘정부가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스타트업 및 그 생태계를 성장시키고 통제하려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으며, 현재에도 그와 같은 정부주도시책들에 대한 실효성 및 효율성은 점차 반감될 것이라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될 것이 가시화되었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한 평가 보다는 `앞으로 그것이 우리 생태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를 함께 생각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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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ranchiseindia.com>

이번 “액셀러레이터 법”의 주요 골자들은,

1) 액셀러레이터의 지원 대상인 “초기창업자”들을 ‘창업 후 3 년 이내인 자’로 명문화 하고 그에 따라

2) 액셀러레이터가 초기창업자들에 투자하기 위한 ‘개인투자조합’형태의 펀드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을 포함한 각종 운영의 범위를 법제화 한 것, 그리고

3) 그와 같은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대해 정부가 불성실 혹은 부적절 운영에 대한 처벌을 포함하는 관리권한을 가지도록 한 것

의 세 가지 큰 틀에서 살펴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이며, 아울러 생태계에도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두 번째인 액셀러레이터들의 운영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이번 법안에 따르면, 액셀러레이터들은 초기창업자들을 발굴해 그들이 빠르게 초기제품을 출시하는데 필요한 지원들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정의되는데, 이 때 이들이 제공해야 할 지원의 범위는 초기투자금 이외에도, 본 법령에서 “전문보육”이라 정의되어 있는 사업모델과 기술 및 제품의 개발을 위한 지원과 그를 위해 필요한 시설 및 장소를 포함해야만 한다. 액셀러레이터들이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금액은 별도의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지는 금액 이상이어야 하며, 직접적인 투자 및 전문보육 이외에도 자신들의 보육기업들에 대한 홍보 및 외부 투자자들과의 제휴, 다른 기업들과의 인수 및 합병, 그리고 해외 진출을 위한 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본 법안에 의해 전국에 280개 이상 존재하는 창업보육센터들(2014 년 중소기업청 등록 수 기준) 가운데 본 법안의 규정에 부합하는 센터들은 액셀러레이터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으며, 그 경우에는 다른 액셀러레이터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투자조합(펀드)를 결성하여 초기기업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와 같은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관한 규정 및 지위들의 신설이 가져올 것으로 생각되는 순기능으로는 먼저, 초기기업, 그리고 초기창업자들에 대한 투자 및 지원 상의 질적 개선일 것이다.

물론 기존의, 혹은 새로이 설립되는 액셀러레이터들이 이번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투자조합을 구성하여 다수로부터 출자한 사모펀드를 통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TIPS를 비롯한 각종 정부의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청에 액셀러레이터로 등록하고 본 법안에 의해 규제하는 것과 같이 ‘전문보육’을 제공하기 위한 물적, 인적 자원을 보유해야만 하며, 또한 계속적인 정부의 감독을 받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민간의 영역에서 별다른 규제 없이 제각각으로 이루어졌던 다수 액셀러레이터의 운영에 질적 차원에서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액셀러레이터마다 천차만별이었던 초기기업의 투자금 규모 역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이상으로 규제되기 때문에 초기기업 입장에서는 보다 확대된 런웨이를 확보하는 것과 동시에 후속투자를 유치하는 시점까지의 마일스톤을 설정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선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그와 같은 질적 개선 이외에도 본 법안은 초기창업자들의 지원에 있어 상당한 양적 증대 역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일례로 본 법의 시행에 따라 전국의 창업보육센터들 중 상당수가 액셀러레이터로 전환한 후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보육시설들과 새로이 결성하는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하여 초기기업의 직접 투자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300여 개에 가까운 액셀러레이터들이 새로이 생겨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동시에,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수도권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초기기업 투자기관들이 비수도권에 위치한 대학 부설 창업보육센터 등을 거점으로 전국적 규모에서 증대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면, 그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본 법안이 신중하게 시행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몇 가지 역기능에 대한 우려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일례로,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의 양적확대가 역으로 초기기업들의 생존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국내 시장의 절대적 크기는 많은 경우 스타트업들이 자생하기에 충분 규모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그와 같은 상황이 세심하게 고려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양적으로만 확대되는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은 결국 초기기업들 간의 경쟁 악화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예측하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 유사한 제품을 가지고 유사한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수가 적정한 규모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면 그들은 결국 기존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차별화 보다는 결국 광고를 비롯한 각종 마케팅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려는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처럼 제품이 아닌 마케팅을 통한 경쟁이 발생하게 되는 경우, 그와 같은 경쟁상황 하에 놓인 스타트업은 보다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며 이는 결국 그들의 밸류에이션을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확대시킬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 회수 차원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음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액셀러레이터 법의 지향점이 결국 이전의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여러 정부시책들과 마찬가지로 정부주도의 양적 확대이며, 게다가 그것이 “초기(Early-stage)”라는 특정 단계에만 집중된 파편적 차원에서의 지원이라는 것 역시 장기적 실효성 측면에서 약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물론 생태계에서 훌륭한 성공사례가 탄생하는 것이 확률게임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초기단계 기업 수의 증대가 결국 큰 틀에서는 성공사례를 탄생시키고 더 나아가 성공사례의 수를 증대시키는 방법 중 하나라는 점은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다른 생태계들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생태계 내에서 창업을 하는 것에 특별한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이미 초기기업을 위한 우리 생태계의 토양은 우호적인 것이 사실이며 실제로도 그와 같은 우호적인 토양 덕분에 국내 초기기업의 수는 지난 몇 년 동안 큰 폭으로 증대되어 왔다.

따라서 국내 생태계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이제 초기 기업의 양적 증대뿐 아니라 그와 같은 기업이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생태계 전반을 고려한 지원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필자가 있는 미국 생태계 내에서 스타트업들은 초기투자에 더불어 성장자금(Growth Capital) 역시 상대적으로 쉽게 획득할 수 있으며, 동시에 그와 같은 성장자금을 획득한 스타트업들은 그들의 성장과정에서 자신들의 성장에 필요한 다른 스타트업들을 애드온(Add-on) 형태로 인수함으로써 전통적 형태 이외의 엑시트 모델(Exit Model)이 구성되고 있으며 그것이 결국 생태계 전반의 역동성 형성에 기여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혹자는 얼마 전 우리 생태계에서 붉어졌던 TIPS를 둘러싼 한 초기투자사에 대한 논란을 들어 이제 정부의 지원 정책이 그 실효성 차원에서 이제 변곡점을 지나 부정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우리나라와 같이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창업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차원에서 매우 훌륭한 방향성이며, 실제적으로도 매우 큰 의미를 가지기에 약간의 역기능은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와 같은 정부의 노력이 시장 내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축적되면서 분명 우리 생태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그와 같은 압축적인 성장은 정부의 노력이 없이는 분명 불가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제 우리 생태계가 그처럼 크게 성장한 오늘이기에 이번 액셀러레이터 법의 통과가 생태계 내 특정 단계에서의 추가적인 양적 확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세밀한 운영을 통해 생태계 전반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질적 향상은 이제 단지 투자금의 규모를 늘리거나 액셀러레이터의 수를 늘리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은 액셀러레이터들이 실제로 누구에 의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그리고 어떠한 파트너쉽 위에서 운영이 되며, 또한 그들을 관리감독할 정부 주체들은 어떠한 역량을 가져야 할 것인지 등의 시장 원리와 역량이라는 관점이 자리잡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된다.

액셀러레이터 법이 이번에 국회의 심의를 통과함에 따라 반년 후, 그러니까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액셀러레이터 법이 시행되게 될 것이다. 모쪼록 그 반 년 동안 정부와 액셀러레이터들, 그리고 모든 생태계 내의 관련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시장원리와 역량의 관점에서 훌륭한 시행 방안을 도출해 낼 수 있기를 바라며, 그것이 우리 생태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되어주기를 생태계 안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 본문은 beSUCCESS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