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단연 스타벅스(Starbucks)이다. 그 컨셉트(Concept)에서부터 기업의 문화, 그리고 세계최대의 기업 중 하나가 되었음에도 꾸준히 린(Lean)하게 불확실성을 제거해 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략의 민첩함(Agility, 관련컬럼), 그리고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술 분야까지도 사업과 유연하게 접목함으로써 커피전문기업임에도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지속적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점(관련컬럼) 등 스타벅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기업의 전략의 본보기가 되기에 거의 모든 면에서 전혀 부족함이 없기 때문이다.

 

스타벅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경영대학에서는(그래고 그 영향을 받은 많은 책들에서도) 다음과 같이 다룬다.

 

“스타벅스는 집과 직장이 아닌 ‘제 3의 장소’를 제공했고 이것이 미국인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되었다.”

 

어떤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정말로” 이해할 수 있는가?

 

가끔 지인들이 필자가 있는 LA에 방문하면 난감한 경우가 생기고는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혹은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묻는 필자에게 십중팔구는 “일단 다운타운에서 만나,” 혹은 “일단 호텔 앞에서 만나서 정하시죠” 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주로 일을 하는 센추리 시티 (Century City) 및 베벌리 힐즈(Beverly Hills) 지역 (아래 지도에서 왼쪽 끝)과 필자가 살고있는 코리아타운 (Koreatown, 아래 지도에서 오른쪽 끝)은 직선거리로 약 12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데, 서울의 내부순환도로 같은 개념인 I-10 프리웨이(Freeway)를 사용하게 되면 이는 약 20 킬로미터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C.f., 필자가 서울에서 강의했던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강남역까지의 직선거리가 약 10킬로미터 정도이다)

 

그럼 그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베벌리힐즈와 코리아타운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아무것도 없다.

‘설마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하겠지만, 정말 아무것도 없다!

 

관광지로도 잘 알려진 더 그로브 (The Grove)나 라 브레아 타르 피트 (La Brea Tar Pit), 그리고 라크마 (LACMA, LA Contemporary Museum of Art) 정도가 있겠지만, 이런 곳은 각각 쇼핑몰과 공원, 그리고 미술관으로 일상 생활에서 자주 가게 되는 곳은 아니다. 그리고 그 둘을 제외하면 일단 베벌리힐즈를 벗어나게 되면 코리아타운까지는 마트 몇 개만이 있을 뿐 거의 대부분 주거지역으로 상점은커녕 편의점도 찾아보기 힘들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 “CBD”)이 형성되어 그 안에 여러 종류의 상점들이 존재하는 몇 개의 도시들을 제외하면, LA와 같은 대도시는 물론이고 미국 도시들의 거의 대부분에서는 이처럼 원하는 지점(Point of Interest) 사이에 몇 킬로미터 씩의 거리가 존재한다. 이는 예를 들어, 점심을 먹고 차를 한 잔 하려 해도, 음식점에서 찻집까지 상당히 먼 거리를 운전해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거기에, 무엇을 먹고 싶은지, 혹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경우라면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것이 십수 킬로미터, 혹은 그 이상을 다시 이동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고, 시간대와 교통량에 따라 한 블록(Block)을 이동하는데 10 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는 LA에서는 특히 그러한 이동에만 몇 시간이 넘게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아래 지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각 Point of Interest 사이에 위치해있는 스타벅스는 그야 말로 출퇴근의 긴 운전 중간에 들러 쉬거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혹은 주거지역 내에 위치해 집 밖에서 간단히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제 3의 장소’가 되어주는 것이다.

 

SBUX_LA <LA 내 스타벅스 위치 (출처: Google Maps)>

 

“집과 직장이 아닌 ‘제 3의 장소’를 제공한다”는 말은 이와 같은 미국의 모습을, 다시 말해 “왜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말이 안되는지”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서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는 바꾸어 말하면, ‘제 3의 장소’라는 개념이 애초부터 퇴근하고 동료들과 “회사 앞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나 친구들과 “집 앞에서 간단히 한 잔”하는 것이 가능한 한국에는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사용되는 Skype와 같은 전화 서비스나, 필자가 아주 잘 사용하고 있는 Uberconference와 같은 각종 컨퍼런스콜 서비스가 미국에서 등장하였고, 또 미국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 역시 이와 같은 Point of Interest의 산개(Dispersion)를 이해할 때에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또, 우리에게는 ‘맛집’ 정보제공 서비스로 알려져 있는, Yelp로 대변되는 Point of Interest 정보 제공 서비스들이 이곳에서 왜 사랑받는지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아울러, 이곳의 각종 모바일 서비스들이 한국의 그것과는 달리 지문이나 Facebook, 혹은 LinkedIn 등을 활용한 간편한 로그인 절차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거나, 이 곳의 사용자들이 다른 곳의 사용자들에 비해 음성인식 기능을 매우 중요하게 느끼고 있는 것 등 또한 그와 같은 각각의 Point of Interest 들 사이에서 항상 운전을 해야만 하는 이들의 환경에 대한 이해 위에서만 온전히 파악될 수 있는 것들이다.

 

필자가 이 곳에 온 후로 몇 번인가 국내 정부사업, 혹은 민간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스타트업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아니, 세금으로 이들을 해외로 보낸다는 측면에서 안타깝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데 훨씬 훌륭하게 사용할 수 있었을 이들 스타트업의 시간이 낭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미이다) 이들이 하는 것이라고는 이곳에서 며칠, 혹은 몇 주간 머물면서 코드를 쓰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구네 누구네 만나는 일정도 포함되어 있겠지만 (솔직히 필자 역시도 그처럼 그들이 만나는 사람 중에 가끔 포함이 되지만) 그들이 언어도 자유롭지 못한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그것도 한 번에 다수의 스타트업들에게, 앞서 스타벅스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 것과 같은 미국 시장과 한국 시장의 특성 차이에 대해 의미있는 Input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고, 더 나아가 그와 같은 시장특성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을 투자처로서 진지하게 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평생의 거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한국사람으로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곳에서도 적지않은 부분을 한국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음에도, 이곳에서 필자가 사용하는 한국의 웹, 혹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을 제외하면 ‘0’ 개이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의 스타트업이나 그 창업자들의 기술적 역량이 이곳의 그것보다 부족해서임은 절대로 아닐 것이며,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모두 창업자들과 스타트업들을 만나온 필자이기에 더더욱 경험적으로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맘 쯤이면 여러 정부기관에서 올해의 스타트업 지원사업의 틀을 완성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며, 올해 역시 ‘글로벌’은 그러한 지원사업들의 큰 축이 될 것이다. 우리 생태계의 역량이 크게 강화된 지금이기에 이제는 기존에 해왔던 대로 스타트업들을 단지 해외로 보내는 것에만 주목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이왕 지원을 하려면, 우리 스타트업들이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그리고 그 외에도 많은 측면에서 존재하는 국내와 해외 시장의 특성을 가능한 이른 시점에서부터 파악하고 제품 구상 초기에서부터 그를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투자업을 하고 있음에도, 필자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투자를 받는 것 역시 대부분 고용을 통해 제품개발 및 출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함이며, 또 수많은 유사한 아이디어가 동시에 시장을 향해 경쟁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특성 상 결국 성패는 누가 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 하는 시간과 속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사업이든, 아니면 자체적으로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서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 역시, ‘글로벌’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맹목적으로 추구할 것이 아니라, 시장, 즉 그 안의 사람들의 행동적, 문화적 특징들과 그로 인한 차이를 보다 더 분명하게, 그리고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창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그를 반영함으로써 스스로 속도와 모멘텀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