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두 건의 커다란 M&A가 각기 한국과 미국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예상했을 것처럼, 한국의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다음카카오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이다. 인터넷 기업이 기존 산업의 기업을, 그것도 2조 원에 근접하는 큰 금액을 주고 인수한 것으로, 앞으로 그 성패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으로, 이 곳 미국 생태계에서의 화두는 우리나라에는 아직 생소했을 길트 그룹 (Gilt Groupe, 이하 “Gilt”) 라는 E-Commerce 회사가 2억 5천 달러, 그러니까 한화로 약 3,000억 원을 전후하는 금액에,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할 수 있는 Hudson’s Bay Company (이하 “HBC”) 에 매각된 것에 맞추어져 있다.

 

Gilt

<Gilt.com>

필자 주: Gilt를 인수한 HBC는 미국의 하이엔드 백화점인 Saks Fifth Avenue를 비롯하여 캐나다와 유럽에 리테일(Retail) 체인을 보유, 운영하고 있는 기업 (관련자료: Wikipedia)으로, 1670 년에 영국에서 설립된 매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반면 Gilt는 2007 년에 뉴욕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으로 명품 및 각종 패션관련 제품을 Flash-sale의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인수 사례를 두고 이 곳 생태계에서는, 그 인수 이면의 전략적 배경이나 인수 금액의 적정성 여부 보다는 오히려 그 인수 금액의 절대적 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이다.

이는 2억 5천만 달러라는 이번 Gilt의 Exit 금액이 분명 엄청난 금액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Gilt의 가장 최근 밸류에이션 (Valuation) 인 1조 1천억 달러 ($1.1 Billion) 는 고사하고, 그들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액 총액인 2억 7,100만 달러에도 한참 못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때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가질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렇다면 Gilt가 좋은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다.

“좋은 기업”이라는 주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Gilt라는 기업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 그리고 M&A를 통해 그 인수자, 즉 HBC에 가져다 줄 수 있는 상대적이고 전략적인 가치가 그것일 것이다(관련 컬럼).

서두에 이야기 하였듯 2007에 설립된 Gilt는 ‘플래쉬 세일 (Flash Sale)’ 세그먼트를 개척한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최근까지도 “명품”이라는 온라인 리테일(Online Retail)과는 다소 괴리가 있어보이는 주제를 중심으로 9백만 명의 사용자를 획득할 만큼 자신의 니치(niche)에서 훌륭하게 성장해 온 기업이다. 아울러 이번에 Gilt를 인수한 HBC의 시각에서도 Gilt는 상당한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즉, 최근 자사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삭스 피프스 애비뉴 (Saks Fifth Avenue) 계열의 성장세가 그보다 포지셔닝 상에서 약간 하위에 위치해 있는 노드스트롬 (Nordstrom) 의 그것에 비해 뒤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HBC는, Gilt를 인수함으로써 Saks Fifth Avenue의 아웃렛 브랜드인 삭스 오프 피프스 (Saks Off 5th) 의 온라인 위상(Online Presence)를 강화할 수 있으며, 특히 Gilt의 m-Commerce의 비중이 5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Nordstrom의 아웃렛 브랜드인 노드스트롬 랙 (Nordstrom Rack) 에 대해 상당한 전략적 비교우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투자자의 관점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이번 Gilt의 Exit에 대한 두 번째 질문은, ‘과연 1조 1천억 달러라는 Gilt의 Valuation이 과연 적정한 것이었는가?’로 이어진다.

필자도 기존의 컬럼에서 지적한 바 있는 오버캐피털라이징(Over-capitalizing)과 그에 따라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는 스타트업의 Valuation에 대한 문제는 이 곳의 생태계에서 최근 들어서 더욱 심각해 지고 있는 추세에 있다. 특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스타트업의 창업비용은 극적으로 낮아져 5,000 달러 수준이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말이 이미 옛말이 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곳 미국 생태계에서는 Seed Round의 경우 1백만 달러($1 million) 수준, 그리고 A Round에서는 3백만에서 5백만 달러 사이의 자금을 모집하는 것이 거의 트렌드인 것처럼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 때 30% 정도의 지분을 제공하는 것을 가정해 본다면, 이는 이미 많은 스타트업들은 두 번째 라운드의 투자를 받을 때쯤이면 최대 2천 5백만 달러 수준의 포스트머니 밸류에이션 (Post-money Valuation) 을 획득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물론 최근 들어 그 몸값이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는 개발자 등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력들을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투자액의 증가추세가 나타나는 것은 분명 이해할만한 것이다. 그러나 시리즈 A (Series A) 정도라면 아직 유의미한 사업적 성과는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을 스타트업의 가치가, 그 필요자금의 규모에 의해 이렇게 증가되어 버리는 것은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커다란 위험을 내포할 수 있다.

 

먼저, 그와 같은 커다란 밸류에이션은 그 후속투자의 유치 가능성을 극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생태계에서도 들어보았을 실리콘밸리의 유명 VC 들은 그 스타트업의 가능성에 보다 높은 초점을 두고, 혹은 그 스타트업을 포트폴리오로 편입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마케팅적 효과(c.g., unicorn hunt, 관련 TechCrunch 기사)를 위해 그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 후속 라운드를 가져갈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일부 VC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VC들에게 고작 시리즈 A 에 다다랐을 뿐인데 이미 수천억 원의 Valuation을 가진 스타트업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그 재무적 관점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당연히 결과적으로 해당 스타트업의 후속 투자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두 번째로는, 유니콘(Unicorn)으로 통칭되는 거대한 Valuation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으로 Exit할 가능성은 역설적으로 극적으로 낮아진다는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기업의 보유현금이 많아지고 또 향후 좋은 매물 기업에 대한 기업간 경쟁이 더욱 가열된다면 스타트업의 몸값이 높아질 것임을 우리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1조 원이라는 금액은 특정한 유형자산이 없는 신규기업의 인수에 쉽게 지불할 수 있는(물론 투자자의 관점에서라면 1조 원의 Valuation에 투자를 한 투자자들이라면 1조 원에 기업을 완전 매각하는 경우라도 투자 수익은 없을(각종 비용을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금액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심지어 이 곳 생태계에서도 역시 가장 활발한 기업 거래가 이루어지는 “좋은 기업에 대한 M&A Sweet Spot”은 Gilt의 이번 매각이 속한 2억 달러에서 5억 달러, 측 한화로 약 2,500만 달러에서 6,000만 달러 규모의 High Middle Market 임을 감안해 볼 때, 이 범위를 벗어나는 Valuation은 오히려 VC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울러, 기업이 매각이 아닌 IPO를 통한 Exit을 하는 경우에도 그와 같은 과도한 Valuation은 마찬가지로 위험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만약 Google을 완전히 대체해 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기업이 나와서 엄청난 Valuation에 IPO를 성공했다고 하자. 그러나 만약 그와 같은 경우에라도 결국 시장(주식시장)은 해당 섹터의 Leader인 Google의 PER (Price-Earning Ratio: 주당 매출액 비율)인 30 (매출 대비 시가총액이 30 배)을 중심으로 결국 이 기업의 주가를, 다시 말해 Valuation 을 평가하고 만약 그것이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조정을 가하게 될 것이다 (i.e., 예를 들어 해당 기업의 PER가 60 이라면 시장은 해당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지 않거나 매도하는 방법으로 30,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만들게 될 것이다).

 

오늘 살펴본 Gilt의 사례는 많은 투자자들이 이야기해 왔던, 좋은 창업자가 훌륭한 기업을 만들도록 돕는 것보다 높은 Valuation 만을 따라 움직이는 현재 투자 흐름에 대한 우려가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이다. 그리고 이는 투자자에게,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외형만을 성장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유, 무형적 형태로 지원하여 그들의 Bottom-line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례는 창업자들에게, 결국 창업에서부터 Exit 까지 이르는 모험에서 결국 그 성패를 가르는 것은 시장에서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며, 결국 마지막에는 자신들의 가치가 그와 같은 성과에 의해서만 평가를 받게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물론 수천억 원의 Valuation이나, 혹은 수천억 원에 인수되는 기업의 이야기가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그 자체만으로 부러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이곳에서 듣고 보고 느끼고 또 이들에게 설득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은 그와 같은 부러운 이야기가 우리나라 생태계에서도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때가 되기까지 모든 창업자들과 또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이 어떤 노이즈에도 좌우되지 않고 결국 “좋은 기업”, “Bottom-line”이 좋은 기업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