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말을 모두 들어보았을 것이다. ‘미국엔 기회가 널려있고 그래서 가서 열심히만 하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 게다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이곳 미국 스타트업들의 성공 스토리들은 우리에게, 그리고 특히 스타트업들에게 오늘도 미국을 “기회의 땅”으로 각인시킨다.

만약 미국에 와서 미국 스타트업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 만약 누군가가 “그래서, 정말로 미국이 기회의 땅이오?”라고 묻는다면, 그리고 그 질문에 그렇다 혹은 아니다로, 둘 중 하나로 잘라 대답해야 한다면 필자는 아마도 “그렇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인들, 그리고 미국 시장이 무척이나 보수적인, 그러나 동시에 개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적이나 개방적인 미국인들

이런저런 복잡한 지표나 수치를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 필자가 실제 생활에서 경험하고 있는 간단한 예들을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미국 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한국 사람이라면, 매일 받게 되는 우편물의 양에 놀라게 될 것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우편물뿐만 아니라, 매일같이 배달되는 상품의 전단지며 광고우편물까지, 많은 날에는 십여 통을 훨씬 넘기는 수의 우편물이 우편함에 쌓이기 때문이다. 우리라면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터이지만, 이들은 그래도 그러한 기존의 방법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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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편물이 하루 걸러 들어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보수적인 이들이 동시에 기존의 것을 확실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고수하는 이들이 동시에 새로운 오퍼(Offer)에 대해서는 대단히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전역이 다 마찬가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필자가 있는 LA 등 캘리포니아 지역의 스타벅스에 가면 테이블마다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핸드폰 무선 충전 솔루션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SBUX Powermat

<캘리포니아 지역 스타벅스에 설치되어 있는 핸드폰 충전 솔루션(Powermat)>

 

Powermat라는 이름의 이 무선 충전 솔루션은 2006 년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Powermat Technology 라는 이름의 기업의 제품으로 위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동그란 장치를 핸드폰에 꽂고 충전패드 위에 올려놓는 것 만으로 핸드폰 충전을 가능하게 해준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이 이스라엘 출신의 스타트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첫 제품을 출시한 2009 년 이후 첫 번째 상용화를 가능하게 해 준 파트너가 미국의 GM (General Motors) 이었다는 점이다. 출시 후 2 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 Powermat를 IT 회사도 아닌 자동차 제조사인 GM이 자신들의 산하 계열사인 Chevrolet의 일부 차종에 장착하기로 채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GM으로부터 얻은 본격적인 상용화 기회를 발판으로 Powermat는 머지 않아 시카고의 오헤어 공항(O’Hare Airpot)을 비롯한 미국 및 캐나다 일부 지역의 공항에 설치되면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고, 이후 P&G 산하의 글로벌 전지 회사인 듀라셀(Duracell)과 조인트벤처를 형성해 PMA (Power Matters Alliance)라는 연합체를 구성, 무선 충전의 표준을 만드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궁금해하는 이들을 위해 이야기하자면,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역시 이 PMA에 일원으로, 갤럭시 S6에 포함되어 있는 무선충전기능이 바로 이 Powermat Technology의 기능을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해당 핸드폰 사용자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별도의 장치 없이 바로 Powermat에 핸드폰을 올려놓는 것 만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만약, 자동차에 오늘날과 같은 ICT가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훨씬 이전이었던 2011 년부터 무선충전이라는, 자동차와는 (적어도 당시에는)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산업의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GM이나, 고작 설립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았을 뿐인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에게 무선충전의 표준을 만들기 위한 조인트벤처를 제안한 듀라셀, 그리고 모든 매장에 Powermat를 설치하는데 소요되는 막대한 테이블 교체비용을 감내하면서까지 새로운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는 스타벅스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Powermat가 훨씬 힘들고 오랜 길을 돌아와야만 했을 것임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장의 높은 개방성에서 말미암은 기회는 단지 기업의 수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마치 스타벅스가 스퀘어(Square)라는 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도입하여 소비자들에게 소개한 후 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스퀘어라는 솔루션을 수용하게 되었던 것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의 혁신적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자신들의 제품 안에 녹여서 일반 고객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덕분에, 일반인들 역시 결과적으로 새로운 제품들에 대해 높은 수용도를 갖게 되고, 동시에 “새로움” 자체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SBUX Square

<비록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스타벅스와 스퀘어의 파트너쉽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스퀘어를 보다 쉽게 수용하도록 도와주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다시 American Dream에 대해서

필자는 서두에서 말했던 것과 같이, 이처럼 보수적이면서도 동시에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미국인들, 그리고 미국 시장의 이중성으로 말미암아 스타트업들에게는 미국이 분명 훌륭한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보수적 성격의 결과로 남아있는 기회를 포착하고 그에 대해 새로운, 그리고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분명 이곳의 시장은 어떤 다른 시장보다 적극적으로 그 해답을 수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처럼 미국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이야기하는 도중에, 투자업을 하고 있는 필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오면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혹은 ‘미국에 오면 투자를 유치하기가 쉽다’하는 식의 투자와 관련한 기회를 언급하지 않았음을 독자 여러분들이 주지해 주었으면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 비해 이곳 미국에 보다 다양한 투자원(Funding Source)가 있고, 건당 투자규모 역시 일반적으로 크며, 아울러 절대적 투자건 수 역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큰 것은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이미 좋은 스타트업들이 차고 넘치는 상황(그리고 심지어 그들 중에도 많은 수가 투자를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투자 여건이 좋다는 것을 이유로 이들의 문화나 언어, 그리고 생활에 생경한 다른 나라의 스타트업이 자국에서보다 쉽게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필자에게는 좀처럼 논리적으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자면, 아메리칸 드림은 분명 가능하다. 다만 그것은 “실리콘비치”, 혹은 “미국”에 대한 막연한 상상 위에서 될 것이 아니라 이 곳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보수성을 이해한 후, 그로 말미암은 문제에 대해 이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우리만의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할 것이고, 그것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라는 것 역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우리나라의 스타트업들이 잘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