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지난 주부터 소위 “엑셀러레이터법(원제목: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게다가 국내 엑셀러레이터 및 초기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번 엑셀러레이터법에 대해 찬반이 갈리고 있어 이번 이슈는 한동안 업계 내에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오랜만에 직접 법령을 열어보았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김을동 의원, 이자스민 의원 등 국회의원 10 인이 발의한 이번 “엑셀러레이터 법”의 주요내용(발의문 원본은 국회입법예고시스텀에서, 현행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을 확인한 결과, “초기창업자”를 창업 후 3 년이 경과하지 않은 창업자로, “엑셀러레이터”를 초기창업자 등의 선발 및 투자, 전문 보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자로 정의하고, 엑셀러레이터들이 초기창업자에 대한 “개인투자조합(펀드)”를 결성할 수 있게 한 것은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성장기에 들어선 기업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리를 가진 초기기업 및 초기창업자에 대한 정의(그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를 마련하고, 이들에 대한 지원에 특화된 기관인 엑셀러레이터에 대한 존재 및 지위를 법률적으로 인정한 것은 향후 보다 세밀한 정책의 수립에 분명 기여할 수 있으며, 아울러 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게 함으로써 엑셀러레이터들이 유야무야 되고 있는 마이크로 VC에 대한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핀테크”로 통칭되고 있는 IT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금융 서비스를 정의하게 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려는 것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할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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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united-kingdom.taylorwessing.com>

반면 아쉬운 모습들도 관찰된다.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엑셀러레이터들에 대한 신고제 도입 및 그에 따른 잠재적 통제 가능성에 관한 부정적 의견이나, “창업경진대회” 형식을 도입한 포트폴리오 기업 선정에 대한 규정 등과 같은, 이미 그간의 운영 상에서 많은 논란이 되고 있을 정도로 경험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 등의 아쉬운 면은 향후 개정될 여지가 있고 또 개선되어야만 할 것이기에 본 컬럼에서는 논외로 하자.

이번 개정안은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보육 등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터가 성공 벤처인 등을 중심으로 20여 개가 활동 중이나 외국에 비해 양적인 측면과 전문화, 글로벌화 등 질적 측면에서 미흡함”을 그 제안의 이유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연구 및 경험적 사업 성과등에 의해 외국의 그것이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벤치마크가 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음이 밝혀졌고, 시장 주체들의 전문화 혹은 글로벌화는 법률적 제정으로 지원하는 것이 명백한 한계가 있음 역시 경험적으로 학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과거 이루어졌던 대부분의 국가주도 경제성장 정책과 같은 궤를 가지고 있다. 즉 “국가가 나서서 모든 것을 정해주고 기업은 그 틀 안에서 혜택을 받아 움직인다”는 사고의 틀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정책입안자들이 아직도 산업 시대의 “국가주도형” 사고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단순한 산업시대 환경 하에서는 국가가 대규모의 자본을 투입해 산업적 산출물을 얻어내는 것이 가능하였고, 또한 그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단적인 경우로, 대표적으로 국가의 원조를 통해 대규모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비용적 우위를 획득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략 용어를 사용하자면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을 통한 시장창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대가 그러한가? 프로세스 혁신과 같은 일차적 혁신을 넘어, 기술 및 제품 상에서의 혁신,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무형의 개념에 대한 고차원적 혁신에까지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정보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은, 본질적으로 후행일 수 밖에 없는 법령 등의 제도적 틀로는 결코 효과적으로 이해하거나 지원할 수 없다. 오히려 혁신이란 그 정의에 따라 기존에 이해될 수 없었던 것이기에 시장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가지며 삶을 바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전 컬럼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한 우리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은 이곳 미국에서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지원 시책을 넘어선, 후행할 수 밖에 없는 오늘날 환경에서의 법령 등 정부 시책의 효과성을 과거의 그것과 혼동하는 인식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오히려 독소가 될 수 있음은 정책입안자들이 잘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이번 개정안이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다시 싹을 틔우고 있는 혁신의 씨앗을 밟아버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개정을 통해 수정, 보완,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혁신을 진정으로 “엑셀러레이션”하고 싶다면, 정책입안자들이 먼저 “우리들이 더 이상은 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해 주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래야 지난 2014년 초에 이미 많은 정부 발표문에 사용되었던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보육 등을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엑셀러레이터가 성공 벤처인 등을 중심으로 20여 개가 활동 중이나 외국에 비해 양적인 측면과 전문화, 글로벌화 등 질적 측면에서 미흡함”과 같은 토시 하나 다르지 않은 문장을 그대로 우려먹는 (그러나 그 의미는 이해하지 못해 결국 그에 대한 효과적 대책은 한 줄도 포함되지 못하는) 시장에 대한 “무시”는 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