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역시 우리 자연인들과 마찬가지로 분쟁이 있는 경우 법원을 찾는다. 그러나 적지 않은 경우에 기업들은 법원이 아니라 서로 적정한 선에서 서로 합의하여 분쟁을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소송에 소모되는 비용이나 시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에 의한 분쟁의 해결은 때때로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공개되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 이러한 원치 않는 공개의 희생양은 Apple 이 되었다. 그들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특허 관련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변호인들이, Apple의 전 CEO인 Jobs가 생전에 작성한 기밀 이메일을 입수하여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그간 거의 알려진 바가 없었던 Apple의 전략이 우리 앞에 한 꺼풀 그 비밀을 벗게 되었다.

 

이메일 전문은 이곳을 클릭 (via 9to5Mac)

 

Jobs가 사망하기 직전인 2010 년에 작성된 이 이메일은, “Top 100”이라 불리는 Apple의 최고권력자들을 그 수신인으로 하고 있으며, 2011 년을 대비한 Top 100의 정규 전략 회의에서 다루어질 전략 안건들을 목록 형태로 자세히 담고 있다. 이 이메일에 따르면, 당시 Top 100의 전략회의에서는 Jobs 본인의 프레젠테이션을 포함, 총 12 회의 프레젠테이션이 이루어 질 예정이었으며, Job는 Apple 전사 수준에서의 정체성 및 전략적 주안점들을, 그리고 Cook을 비롯한 각 부문의 책임자들은 해당 부문의 전략적 방향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었다. Jobs는 이메일에서 이와 같은 12 회 분량의 프레젠테이션에서 다루어져야 할 내용 전반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각 사업 부문이나 기능부서들 수준의 지엽적 운영목표를 뛰어 넘어, Jobs가 어떻게 Apple 전사적 수준에서의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다만, 그 내용의 범위가 iPhone에서부터 Apple TV, 그리고 iOS에서부터 MobileMe에 이르기까지 Apple 내 모든 면면을 다루고 있어 매우 방대하므로, 본 컬럼에서는 그 중 전사적 차원에서의 Apple 전략안의 세 가지 중요한 특징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도자 한다.

 

  1. Apple 전략은 Post-PC 시대의 Lifestyle 선점

이메일에 따르면, Steve Jobs는 Apple의 정체성을 환기하는 것으로 Top 100의 회의를 시작한다. 회사의 일반 현황에 이어 Apple의 각 사업군 별 성과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면서 Jobs는, Apple이 Post PC 시대를 최초로 연 기업이며, iPad가 출시 6 개월 만에 Mac의 매출을 추월한 것을 비롯하여 iPhone 및 iPad 등의 Post PC 제품군이 전체 Apple 매출의 66%를 차지하게 되었음을 강조한다. 이어 그는 Post PC시대는 휴대성이 보다 강조된 제품을 기반으로 한 통신 및 App 활용, 그리고 클라우드가 결합된 환경이라 말하며, 2011 년을 “클라우드의 해(Year of Cloud)”로 선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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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 Jobs 2011 전략 안건 목록 (붉은 상자 안의 내용이 Post PC 관련 안건)

 

이어 Jobs는, 향후에는 클라우드 환경이 현재의 PC를 대체하여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의 허브가 될 것이며, 그런 맥락에서 PC의 위상은 iPhone이나 iPad 등과 같은 수준으로 변화할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Jobs는 그러한 시대에서 Apple이 모든 제품군을 Cloud를 중심으로 통합함으로써 고객들을 Apple 생태계에 더욱 Lock-in 되도록 할 것임을 이야기한다.

Jobs의 이와 같은 구상은 이번 이메일 이외에도 SEC에 제출된 사업보고서(10-K)에도 분명히 드러난다. 아래 Figure 2의 말미에 명시되어 있는 것과 같이, Apple의 기본적 전략 방향은, “우월하고 매우 잘 통합된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및 생산성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내에서) 독창적으로 포지션(uniquely positioned to offer superior and well-integrated digital lifestyle and productivity solution)” 하는 것이며, 모든 H/W 및 S/W 제품군, 그리고 Third party를 비롯한 생태계는 이러한 기본 전략 방향 아래에서 조직되고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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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2 – Apple 사업전략 (2010 10-K 발췌)

 

위 10-K를 통해 스스로 밝히고 있는 것처럼, Apple은 자신들이 비즈니스를 단순히 H/W 제조, 혹은 S/W 개발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두를 통합하여 사용자들에게 우월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경쟁자들로부터 자연스러운 차별화를 획득하였고, 그 결과 소비자들의 Life-share를 선점함으로써 오늘날 “i”라는 알파벳을 스마트 시대의 아이콘으로 만드는 성공의 시발점을 획득한 것이다.

 

  1. 시장에 출시되는 시점으로부터 세대 앞의 제품을 구상

Jobs의 이 이메일은 2010 년 10 월에 작성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iPhone 4가 출시된지 4 개월 남짓 밖에 되지 않은 이 시점에 Apple이 이미 iPhone 4S (이메일에서는 “plus” iPhone 4로 표기)를 통해 2012 년까지 시장을 방어하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2012 년에 출시될 제품, 그러니까 iPhone 5를 개발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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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3 – iPhone 개발관련 지시사항 (붉은 상자 안의 내용이 차세대 iPhone 관련 안건)

 

이는 Apple이, 세대 변경을 통해 시장을 선도한 후 후속작(S모델)을 통해 시장을 방어하고, 그 사이에 다시 차세대 모델을 개발/출시함으로써 시장에서의 리더쉽을 다시 한 번 획득하는 구조를 스마트폰 사업의 기본 전략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울러, 위 Figure 3에서 우리는 iPhone 3GS 모델을 대체할, iPod에 기반한 저가형 iPhone 모델을 구상할 것을 주문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iPhone 모델의 모델 변경이 지금까지 1 년 주기로 이루어져 왔으며, 특히 iPhone 5C가 2013 년이 되어서 출시되었음을 감안할 때, 이는 Apple이 최소 두 세대, 즉 2 년 앞의 제품을 구상하는 R&D Lifecycle을 보유하고 있음을 재확인 하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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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4 – iPhone 모델 변경 주기 Email 작성 시점 비교 (이미지 출처: Jailbreaknation)

 

그리고, 만약 Jobs 사후인 오늘날까지 이와 같은 Lifecycle이 유지되고 있다면, iPhone 6가 올해 출시될 것으로 기대되는 현 시점에, 우리는 Apple이 이미 iPhone 7의 개발을 위한 상당한 Milestone을 달성했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게 된다.

 

  1. 기술적 리더쉽과 동시에 가격 리더쉽(Cost Leadership) 획득

앞서 살펴본 선도적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적 리더쉽의 유지만으로는 시장에서의 포지션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이는 첫 째, Moore가 창안한 Chasm의 개념이 High-tech 시장 안에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며, 그 다음으로는 1 년을 신제품 출시 주기로 하는 Apple보다 훨씬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를 갖춘 삼성전자 등의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경쟁자들이 Apple의 신제품 출시 즉시 그보다 우월한 기술을 담은 제품을 시장에 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Apple이 iPhone, iPad 등과 같은 새로운 제품 세그먼트를 만들고 해당 세그멘트에서의 장악력을 가능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초 버전의 출시에서부터 기술적 리더쉽과 함께 해당 제품 생산의 비용구조를 최적화 함으로써 상당한 가격 리더쉽을 획득하여야만 한다. 이를 통해 제품이 Early Adopter를 넘어 가능한 Mass Market으로 제품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동시에 이를 통해 후발 경쟁자들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 Apple이 예상할 수 있는 후발 주자들과의 경쟁구도는, 경쟁자들이 Apple의 현 세대 모델보다 우월한 기술적 성능을 갖춘 제품을 출시하고 그와 같은 기술력의 격차를 이유로 Apple의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정당화 하는 것이다. 즉, “우리의 제품이 Apple 보다는 비싸지만 그것은 우리의 제품이 기술적으로 훨씬 우월한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에서 Apple의 이러한 예상은 적중한다. Apple이 첫 번째 iPad를 출시한 직후인 2011 년, MWC에서 Motorola는 iPad의 대항마인 Xoom을 발표하였는데, 이 제품이 iPad보다 $100가량 높은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출시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Motorola의 Mobility 분야 CEO였던 Jha는 Xoom이 iPad보다 기술적으로 우월한 제품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가격차이는 정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Motorola Xoom

Figure 5 – 자사 제품 가격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는 Motorola CEO (출처: bgr.com)

 

그러나 만약 Apple이 훨씬 진보한 다음 세대의 iPad를 내어놓으면서, 그 가격은 전 세대와 같은 수준에 묶어 놓을 수 있다면 Xoom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간단하다. 재앙이다. 시장을 선점하지 못했거나, 삼성전자와 같이 반도체부터 Full scale의 Product lineup을 보유하고 있어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획득하지 못한 경쟁자라면 iPad를 위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32GB의 iPhone 가격은 세대에 관계없이 $299 (AT&T 기준)였고, 32GB Wi-fi iPad의 가격은 세대에 관계없이 $599였다. 그리고 Apple의 각 제품군은 이처럼 가격은 동일하게 묶여 있음에도 세대마다 엄청난 기술 혁신을 시장에 선보였음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Jobs는 2010 년의 Top 100 회의에서 역시, 위 Figure 3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차기 iPhone의 Cost Goal을 설정하게 하고 있으며, 이는 이번에 공개된 이메일에는 명시되지 않았으나 iPad를 비롯한 모든 제품군에서도 마찬가지로 강조될 것이다. Apple은 이러한 가격정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부품의 조달부터 조립, 판매망의 운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강력한 Supply Chain Management (“SCM”) 체계를 구축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Gartner에 따르면 Apple은 오늘날 Wal-mart나 McDonald’s 보다도 강력한, 세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SCM을 보유한 기업이 되었다.

이를 이해하게 된다면, Jobs가 자신의 후임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Ive나 Forstall, 혹은 Schiller가 아니라 이와 같은 SCM 및 오퍼레이션 전반을 관장하고 있었던 Cook을 지명한 것이 타당한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만큼 SCM이 Apple의 성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Jobs의 이메일은 Apple이, High Tech를 기반으로 한 Lifestyle의 제공을 목표로 매우 다양한 차원에서의 오퍼레이션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여 왔으며, 그 모든 요소들의 성공적 운영이 더해져 오늘날의 Apple이 존재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차별적인, 즉 “독창적인 포지셔닝”을 가능케 하는 전략적 방향의 설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그리고 분명히 환기시켜 준다. 아울러, 이번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전략적 관점에서 수평적, 그리고 수직적으로 모든 기능이 조직되고 운영될 때에야 그렇게 설정된 전략적 방향이 달성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모쪼록 이번 Jobs의 이메일 및 필자와 함께 한 이번 고민이 독자 여러분들의 성공을 위한 전략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