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엄청난 자동차광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에는 필자를 흥분시키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카레이싱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때에서야 자동차의 무엇이 그토록 필자를 흥분토록 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카레이싱에서 자동차의 성능은 절대적이다. 아마도 결과의 80%는 자동차의 기계적 성능이 결정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머지 20%, 즉 그 자동차를 조종하는 드라이버의 역량 없이는 아무리 빠른 자동차라 하더라도 출발선에서 1m도 움직일 수 없는 것 역시 사실이다. 게다가 80%라는 엄청난 중요성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기계적 성능 역시 결국 그것을 만들고 정비하는 사람들의 역량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결국 자동차의 기계적인 완벽성은 결국 사람의 기예와 과학, 그리고 기술의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조화 위에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었던 것이다.

 

“경영”이라는 분야를 걷고 있는 지금, 필자는 이와 같은 사람과 기계적, 기술적 영역의 완벽한 조화가 결국 경영과 비즈니스라는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임을 자주 깨닫게 된다.

 

생각해 보자.

 

기업, 즉 회사는 카레이싱 결과의 80%를 좌우하는 자동차와 꼭 닮아있다. 긴 설명보다 작년에 회자되었던 “로켓에 올라타라”는 말이 이를 더욱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회사는 결국 체계(System)이다. 체계는 다시금 그 안에서 일이 처리되는 방식(Process)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전략에서는 기업의 원천적 역량이 결국 Process에서 나오는 것으로 본다(관련컬럼).

그렇다면, 결국 무엇이 Process를 만드는가? ‘회사’라는 전적으로 지적인 개념의 테두리 안에 속한 사람들의 지식, 경험, 철학 같은 것들이 아닌가? 이러한 인간의 역량이 각종 계량적이고 과학적인 관리방법론과 만나 ‘회사’라는 중요한 체계를 만들고, 우리는 그를 타고 비즈니스라는 경주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레이싱카와 마찬가지로 승리를 위한 조건의 80%에 불과하다. 결국 회사를 실제로 움직이는 나머지 20%, 즉 경영자라는 드라이버의 역할이 없으면 회사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서론이 장황했으나, 오늘 독자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은 내용이 바로 이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라 할 지라도 결국 그것을 승리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20%, 그리고 때로는 그리 훌륭한 시스템이 아닐지라 할 지라도 승리로 이끄는 그 20%에 대해, 필자가 카레이싱으로부터 배운 세 가지 내용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Sometimes you have to be willing to get off the line (때때로 라인을 버릴 용기가 있어야 한다).

카레이싱에는 우리가 ‘라인(Line)’이라 부르는 것이 있다. 이것은 Racing Line의 줄임말로, 서킷(Circuit)을 가장 빠르게 돌 수 있는 이상적인 주행경로를 의미한다. 독자들께서 들어보셨을 수도 있는 ‘Out-in-out’ 같은 것들이 바로 이 라인의 일부이다. 그리고 차량은 이 라인을 따라 주행할 때 가장 빠르게 가속을 시작할 수 있고 가장 늦게 브레이킹(Breaking)을 시작할 수 있으며, 동시에 가장 안전하게 서킷을 돌 수 있다.

 

Korea GP Circuit

F1 Korean Grean Prix가 열리는 영암서킷의 라인 맵

그런데 문제가 있다.

서킷에 올라서는 드라이버라면 모두 이 라인을 알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모든 차량이 이 라인을 따라 주행한다면 이론적으로는 아무도 앞차를 추월할 수 없다. 당신이 Pole Position이라는, 출발순서의 가장 앞에서 출발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레이스를 완주할 수는 있어도 결국 승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Pole Position에 선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그냥 경기를 포기해야 하고 말 것인가?

앞서 말했듯, 라인은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서킷을 돌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리학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안정되게 서킷을 돌 수 있는 주행경로이다. 따라서 이 라인을 벗어나는 것은 초를 까먹게 되는 것과 동시에 자동차를 물리적 안정성의 한계를 넘어버리게 만들어 결국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선두에 서있지 않은 당신이 경주를 승리로 끝내고 싶다면, 혹은 앞선 경쟁자를 추월하고 싶다면, 틈이 보일 때마다 당신은 기꺼이 이 라인을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매우 무서운 일다. 자칫 실수라도 했다가는 순위를 내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매우 빠르게 달리고 있기 때문에 심지어는 사고를 당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이버 중 한 명으로 꼽히며, 필자의 영웅이기도 한 브라질의 Ayrton Senna의 말을 인용해 보자.

 

“By being a racing driver, you always go for a gap. When you see a gap, and if you don’t move in for the gap, you’re no longer a racing driver.”

 

경영자라면, 앞에 틈이 보일 때마다 가장 안전하고 빠르다고 알려진 경로인 라인을 벗어나 그 틈을 차지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마도 이것이 기업이라는 자동차의 드라이버인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자질일 것이다.

 

2. 같은 서킷을 계속 돌다보면 빨라진다.”

만약 당신이 운전을 한다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출퇴근 시 무심코 다니는 길이 정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길을 처음 갔을 때 걸린 시간과 오늘 걸린 시간을 비교해 보시라. 놀라울 정도로 빨라져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 큰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서양 속담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다!

그러나 이 말은 위와 같은 수동적 측면에서의 체득 이외에 또 다른 측면을 내포한다.

모두가 이기기를 원하는 서킷 위에서는 일반 도로에서와는 달리 드라이버가 승리 이외에도 자신의 포지션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일반 도로에서 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서킷에서 드라이버는 매 주행 시마다 발생한 다양한 요소들을 즉시 복기하고 분석하여 다음 Lap에서 같은 지점을 지나갈 때 적용해야 한다. 각 Lap이 1 분에서 2 분 남짓임을 감안해 보면 이는 엄청나게 빠른 시간 안에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해야 함을 의미한다.

당연히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드라이버는 실제 서킷에서 가능한 많은 연습을 통해 서킷에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실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상황을 그려보고 대비하여야 한다. 즉, 서킷에 많이 올라서 볼 수록 승리에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훌륭한 드라이버들은 차량을 가지고 서킷을 도는 것 이외에도 걸어서 서킷을 돌며 각 구간마다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나 차량 조작 방법을 연구하고 숙지한다.

그리고 이는 경영에서도 정확히 똑같이 적용된다.

기업의 성공은 결코 한 방의 대박에서 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가능한 많은 수의 실험을 하고, 각 실험마다 획득되는 시장에서의 결과를 다음 번 실험에 적용함으로써 점차 성공 가능성을 증대시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당신이 훌륭한 경영자라면, 당신은 지루할 정도로 같은 실험과정을 그것도 적극적으로 반복할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 과정에서 얻어지는 결과들을 즉시 분석하여 다음 번 실험에 적용해야 함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It’s about how much speed you carry, not how fast you go, 즉 카레이싱은 최고 속도가 아니라 레이스 내내 얼마만큼의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결국 관건이다.

레이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흔히 최고속도가 가장 빠른 차, 혹은 가속이 가장 빠른 차가 우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어느정도 사실이어서 가속이 빠르고 최고속도가 더 높으면 그만큼 승리의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말했듯이 레이스 결과의 80%는 차량의 기계적 성능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선을 달리는 드래그 레이싱이 아닌, 서킷에서는 최고속도가 시속 250km인 A 차량이 시속 230km가 최고 속도인 B 차량을 반드시 이긴다고 단정할 수 없다.

앞서서 250km로 달리던 A의 드라이버가 턴을 돌기 위해 턴의 100m 앞에서부터 감속을 해 120km까지 속도를 줄여야 하는 반면, 230km로 달리던 B의 드라이버는 더 좋은 라인을 잡아 50m 앞에서부터 감속하여 160km에서 턴을 돌아나갈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턴을 돌고 난 후에는 두 차량이 비슷하게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고, 더욱이 턴 탈출 이후에는 진입 속도가 더 높았던 B 차량이 더욱 빠르게 가속하여 앞서 나가기 시작할 수도 있다.

턴(Turn)들이 있어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야 하는 실제 서킷에서는 그보다 드라이버가 각 턴을 지날 때 어느정도의 속도를 유지하고 달릴 수가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결국은 얼마만큼의 Momentum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LagunaSecaGraph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Circuit 중 하나인 Laguna Seca에서의 레이싱 스피드 그래프 (Source: motortrend.com)

 

다양한 상황이 매 순간 발생하는 경영에서 역시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성장이나 기업의 운명은 결코 직선으로 되어있지 않다. 모든 기업은 여러 상황 속에서 수많은 Up과 Down을 경험하며 성장하게 된다. 이 때 Up의 순간만큼, 즉 가속의 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Down, 즉 감속의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Momentum을 유지하여 빠르게 다시 가속으로 전환하여 탈출할 수 있는가이다. 감속이 길어질 수록 그 턴의 탈출에 긴 시간이 걸리며, 아울러 가속으로 전환한 후에도 속도를 회복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기업 역량의 성장 곡선: 기업의 성장은 A가 아니라 B와 같이 수많은 Up과 Down의 순간을 거쳐 이루어진다.

따라서 훌륭한 경영자라면, 기업의 Performance 관리만큼이나 Momentum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Momentum은 결국 그 구성원들이 얼마만큼의 Drive와 Tension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훌륭한 경영자들은 이것이 결국 Vision과 Leadership의 관리에서 시작함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맺음말

레이싱과 경영의 유사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하루가 모자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 지금까지 우리는 필자가 지난 10여 년 간 사업을 하면서 카레이싱으로부터 배워 직접, 그리고 고객사의 프로젝트에 적용하여 검증한 세 가지 가장 중요한 경영의 원리, 즉 “기회를 위해 라인을 버릴 수 있는 용기”, “반복 연습과 실험을 통한 성공”, 그리고 “Momentum의 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다.

내년에도, 언제나 그랬듯이 각자의 영역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여러 도전을 겪게 되실 것임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독자 여러분들이 부디, 각 과정은 여러분들이 라인을 벗어나 앞 차를 추월할 수 있는 기회이며, 그 경험들이 축적되어 결국 기업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모든 기업은 수없이 많은 Up과 Down의 순간을 겪으며 성장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계속해서 Momentum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쪼록 올 한 해가 끝났을 때 필자를 포함한 우리 여러분 모두가 만족스러운 순위의 체커기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